철원 DMZ 평화·생태길 & 한탄강 1박 2일 GS 그룹 라이딩 후기
2026년 9월 30일
- LOCATION
- 철원 DMZ
- PERIOD
- 26 09 20~22
메모리에 추가됨
철원 DMZ 평화·생태길 & 한탄강 1박 2일 그룹 라이딩 후기
일정 2026년 9월 18일(금)19일(토), 1박 2일
코스 바잘트38.1 라이딩 라운지 → 백마고지 → 노동당사 → 샘통고추냉이 농장 → 소이산 → 유곡리 마을 캠핑장(1일차) / 민통선 김화역 → DMZ평화생태공원 → 조경철 천문대 → 우둠지제빵소(2일차)
총 거리 약 85km · 난이도 초급중급 · 인원 그룹 · 바이크 GS 어드벤처 계열
프롤로그 — 바잘트38.1 라이딩 라운지에서
9월 중순치고는 유난히 맑았던 아침 9시, 라이더들의 아지트 '바잘트38.1 라이딩 라운지'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번 1박 2일 투어의 집결지다. 목적지는 강원도 철원. 분단의 상흔이 가장 또렷한 땅이면서, 가을이면 온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곳이다. 톱케이스에 붙은 "Let's go, GS-ADV" 스티커처럼, 다들 오랜만의 장거리 라이딩에 들뜬 얼굴이었다.

백마고지 기념관 관망대 — 황금 들녘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풍경이 바뀌었다. 벼가 고개를 숙인 논이 양옆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달려 첫 목적지 백마고지 기념관에 닿았다. 관망대에서는 드넓은 평야 저 멀리 지평선 위로 하얀 기념 조형물이 아득히 보였다. 십수 대의 바이크가 관망대 아래 한 줄로 늘어선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와서, 이번 투어에서 가장 "라이딩답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백마고지 전적비 — 흙 대신 남은 이름
관망대에서 보이던 그 조형물 앞으로 직접 가봤다. 1952년 국군 9사단과 중공군이 10일간 24번이나 주인을 바꿔가며 싸운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약 30만 발의 포탄이 쏟아져 고지의 원래 모습이 사라졌고, 포격으로 뒤덮인 능선이 백마가 누운 모습 같아 '백마고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안내판은 전한다. 안내판의 숫자를 읽고 나니 아침에 지나온 황금빛 논밭이 조금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노동당사 — 멈춰버린 시간
백마고지에서 멀지 않은 철원읍 관전리에는 붉은 화강암 골조만 남은 3층 건물이 서 있다. 1946년 소련군의 지원으로 세워진 옛 조선노동당 철원군당 청사로, 등록문화재 제22호다. 정면 포치의 러시아풍 장식이 옛 위용을 짐작하게 하고, 골조 곳곳에는 전쟁 당시의 포탄과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헬멧을 쓴 채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샘통고추냉이 농장 — 무지개 걸린 송어 연못
무거운 역사 탐방 뒤에는 노동당사 앞 민통선 초소를 지나 샘통고추냉이 농장으로 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추냉이를 대규모로 상업 재배한 곳이다. 사계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샘통의 용천수 덕분에 이 까다로운 작물이 자란다고 한다. 비닐하우스 안은 보랏빛 생장광 아래 초록 잎이 끝없이 이어져 있어 그 자체로 볼거리였다. 바로 옆 쉼터의 송어 연못에서는 분수 물줄기 사이로 작은 무지개가 걸렸고, 다들 헬멧을 내려놓고 잠깐 숨을 돌렸다.


소이산 — 민간인의 발길이 끊겼던 산
철원역사문화공원에 바이크를 세우고 소이산(해발 362m) 모노레일에 올랐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탓에 오랫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산이다. 8인승 모노레일이 5~7분 간격으로 다니고, 편도 10여 분이면 정상 부근에 닿는다. 좁은 차량에 옹기종기 앉은 일행들 모습이 이날의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올라가는 길에는 한때 실제 경계 근무를 서던 양지초소를 지났고, 정상의 평화전망대에서는 민통선 안쪽의 철원평야와 비닐하우스, 겹겹의 산줄기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지도 앱으로도 온전히 보이지 않는 땅이라는 걸 떠올리니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백마고지의 격전지, 멈춰버린 노동당사, 그리고 평화로운 소이산까지 불과 몇 킬로미터 사이에서 차례로 마주하다 보니 철원이라는 지명의 무게가 실감 났다.
한탄강, 두 번째 날 시작하며
해 질 무렵 한탄강 어딘가의 다리에 닿았다. 오래된 철교 위 전선에는 가마우지 몇 마리가 나란히 앉아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줄기를 배경으로 잔잔히 흐르는 강과 다리의 실루엣이 하루의 여정을 조용히 갈무리해주는 듯했다. (가마우지는 유해조류로 분류되어 한 마리당 600g~1kg의 물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도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건 이 새들이다!)

민통선 안쪽, 김화역
1부에서 소이산, 백마고지, 노동당사를 돌아본 뒤 철의 삼각지(철원-평강-김화를 잇는 옛 격전 지대)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 구간은 신분 확인과 안내를 거쳐야 하는 민간인통제선 안쪽 코스다. 헬멧을 벗고 걷다 바위틈에 감긴 윤형 철조망과 마주쳤다. 날카로운 철선 사이로 들꽃(층층이꽃?)이 무심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이 땅이 품은 두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나무로 짠 소박한 문에 "김화역(金化驛)"이라고 적혀 있다. 옛 금강산선이 서울, 원산, 내금강까지 이어주던 철길의 흔적이다. 전쟁 이후 70년 넘게 기차가 한 번도 서지 않았다. 문 앞에는 경계 근무 군인이 서 있었고, 여권도 비자도 필요 없지만 신분증 없이는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는 땅이었다. 낡은 침목에는 "83"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쇠못이 박혀 있었다. 무슨 표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 구간은 창문 없이 뻥 뚫린 초록색 개방형 셔틀 열차로 이동했다. 산줄기를 보며 달리는 기분이 꽤 좋았다.

용양늪 — 화강이 빚어낸 평화
민통선 코스를 나와 DMZ평화생태공원의 용양늪으로 갔다. 휴전선을 가로질러 흐르는 화강이 만든 습지로, 오래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고요한 생태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어미 오리를 따라 헤엄치는 새끼 오리들의 물결이 길게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 철조망과 경계 근무를 마주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볕이 스며드는 숲길은 이번 라이딩 제목의 '생태길'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막국수 한 그릇, 그리고 조경철 천문대
허기가 몰려올 즈음 강원도 하면 빠질 수 없는 메밀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삶은 메밀면에 오이채, 김가루, 매콤한 양념, 삶은 계란 반쪽을 올린 비빔막국수를 비벼 크게 한 젓가락 먹으니 오전 내내 쌓인 긴장이 풀렸다. 식후에 오른 조경철 천문대에서는 겹겹의 산줄기 너머로 철원평야와 작은 도심이 아득하게 보였다. 아침에 지나온 논밭이 멀리서 보니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우둠지제빵소 — 알파카와의 만남
이틀 라이딩의 마지막 쉼터는 뜻밖에도 동물 농장이었다. 나무 울타리 너머로 새하얀 알파카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카메라를 빤히 쳐다봤다. 무거운 역사와 고요한 생태, 카페 모카 한 잔, 그리고 여정 끝에 만난 이 순박한 얼굴이 철원 투어를 유쾌하게 마무리해줬다. (다행히 알파카가 침을 뱉진 않았다.)

함께 달려준 라이딩팀에게 감사드린다. 🏍️

![[LA 여행기] 빛나는 햇살 아래, 펜 끝과 환호성으로 스케치한 로스앤젤레스의 순간들!](/uploads/img_9914.webp)

![🏍️ [일본 바이크 투어]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BMW R1250GS와 함께한 대장정 총정리](/uploads/bike.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