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DMZ 평화·생태길 & 한탄강 라이딩 (2부)
2026년 9월 20일
- ROUTE
- DMZ평화생태공원 → 우둠지제빵소를 거쳐 해산
- DISTANCE
- 84 km
- LEVEL
- 중급
- RIDERS
- 그룹
한탄강, 두 번째 날 시작하며
해 질 무렵 도착한 한탄강 어딘가의 다리. 오래된 철교 위 전선에는 가마우지 몇 마리가 나란히 앉아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줄기를 배경으로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그 위에 드리운 다리의 실루엣이 오늘 하루의 여정을 조용히 갈무리해주는 듯했다. (유해조류로 한 마리당 600g~1kg의 물고기를 먹어치운단다. 그래도 이 새들은 남,북을 오고 갈 수 있어!)

안쪽으로 이동
1부에서 소이산과 백마고지, 노동당사를 돌아본 뒤 일행은 다시 바이크에 올라 철의 삼각지(철원-평강-김화를 잇는 옛 격전 지대)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 구간부터는 개인 이동이 아니라 신분 확인과 안내를 거쳐야 하는 민간인통제선 안쪽 코스. 헬멧을 벗고 걷다 바위틈에 감긴 윤형 철조망과 마주쳤다. 날카로운 철선 사이로 이름 모를 들꽃이(층층이꽃?) 무심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이 땅이 품고 있는 두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멈춰버린 김화역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나무로 짠 소박한 문 하나가 나타났다. "김화역(金化驛)" — 옛 금강산선 철도가 지나던 역의 흔적이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서울과 원산, 그리고 금강산 내금강까지 이어주던 철길의 일부였지만, 전쟁 이후 70년 넘게 단 한 번도 기차가 서지 않았다. 문 앞에는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인 한 명이 서 있었고, 그 뒤로 자갈길을 따라 관광객들이 조심스레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권도 비자도 필요 없지만, 신분증 없이는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는 땅이었다.

옛 철길을 따라 걷던 중 낡은 침목 위에 박힌 작은 쇠못 하나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83"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몇 킬로미터 지점을 나타내는 표식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숫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70여 년간 멈춰 있던 철길 위에서 마주친 작은 숫자 하나가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 구간은 작은 개방형 셔틀 열차로 이동했다. 창문도 없이 뻥 뚫린 초록색 차량에 몸을 싣고 산줄기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붉은 반다나를 두른 채 카메라를 향해 슬쩍 웃어 보인 한 컷이 이 구간의 유일한 인증샷으로 남았다.

용양늪, 화강이 빚어낸 평화
민통선 코스를 빠져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DMZ평화생태공원 안에 자리한 용양늪이었다. 휴전선을 가로질러 남북으로 흐르는 화강이 만들어낸 습지로,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덕에 고요한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어미 오리를 따라 헤엄치는 새끼 오리들의 물결이 길게 이어졌다. 조금 전까지 철조망과 경계 근무 군인을 마주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늪 주변으로는 볕이 스며드는 숲길이 이어졌다. 굵은 나무둥치 사이로 가느다란 나뭇가지와 잎사귀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분단의 상처를 품은 땅 위에 자라난 이 숲이야말로, 이번 라이딩 제목에 붙은 '생태길'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DMZ평화생태공원 관람을 마치고 막국수 한 그릇
허기가 몰려올 즈음 도착한 식당에서는 강원도 하면 빠질 수 없는 메밀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삶은 메밀면과 오이채, 김가루를 담고 그 위에 매콤한 양념과 삶은 계란 반쪽을 올린 비빔막국수. 골고루 비벼 한 젓가락 크게 집어 먹으니 오전 내내 쌓인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철원평야(조경철 천문대)
점심 후 이동한 길목의 전망 좋은 지점에서는 겹겹이 이어진 산줄기 너머로 아득하게 펼쳐진 들판과 작은 도심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지나온 철원의 논밭이 이렇게 멀리서 보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우둠지 제빵소에서 알파카와의 뜻밖의 만남
이틀에 걸친 라이딩의 마지막 쉼터는 뜻밖에도 동물 농장이었다. 나무 울타리 너머로 새하얀 알파카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거운 역사와 고요한 생태, 카페 모카 한 잔, 그리고 여정의 끝에 만난 이 순박한 얼굴 하나가 이번 철원 투어를 유쾌하게 마무리해주었다. (다행히 알파카가 침을 뱉진 않았다.) 라이딩팀에 감사!

